시제품 제작 고민 고민하지마~ 팹랩 서울로 모여라!


아래 내용은 ‘네이버 매거진캐스트’의 월간 디자인에 실린
제조 연구실 팹랩(fablab)관련 글입니다.


팹랩 서울

21세기 연금술사들을 위한 공동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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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랩이 올해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선보인 ‘팹 파빌리온’.
구조물 앞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면 파빌리온의 색상이 변한다.

   팹랩(FabLab)은 ‘제조 연구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준말로 MIT 미디어랩의 닐 거셴 필트 교수가 최초로 고안한 디지털 제작 공작소다. 그가 10여 년 전 대학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맡은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방법(How to Make Almost Anything)’이 라는 수업에서 처음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리고 MIT는 ‘시설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아껴서 관리하며, 팹랩 활동을 통해 쌓은 지식을 공유한다’는 원칙만 지킨다면 세계 어디서나 누구든지 팹랩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런 설립 취지에 공감한 세계 각국의 교육기관과 지자체, 시민 단체 등이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현재는 50여 개국에서 약 240개의 팹랩을 운영하고 있다(팹랩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3~2014년에는 불과 1년 만에 그 수가 두 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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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랩 서울이 보유한 3D 프린터

   이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영국 맨체스터 팹랩이다. 산업혁명의 영광을 뒤로하고 폐공장만 흉물스럽게 남아있던 맨체스터 지역이 3D 프린터를 비롯한 디지털 제작 도구로 중무장한 팹랩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디지털 제작 공간이 지역사회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 서울에도 이와 유사한 공간이 있다. 바로 청계천 세운상가 5층에 자리한 팹랩 서울이다. 건축가 김수근의 설계로 1968년 완공한 이 건물은 한때 국내 유일의 종합 가전제품 상가로 전성기를 누렸으나 용산전자상가 등이 세워지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누구도 세운상가의 내리막길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타이드 인스티 튜트(Tide Institute) 고산 대표가 이 지역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2013년 4월 이곳에 팹랩 서울을 오픈했다. 팹랩 서울은 3D 프린터를 비롯해 레이저 커터, CNC 라우터, CNC 밀링머신, 비닐 커터, 3D 스캐너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 같은 각종 전자 부품도 사용할 수 있다. 팹랩 서울의 김동현 책임 연구원은 다양한 제작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팹랩 서울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제작소를 표방하는 다른 곳에서는 보통 3D 프린터나 CNC 기계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된 요리를 하려면 전자레인지뿐 아니라 오븐, 칼, 도마 등이 있어야 하듯 제대로 된 시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제작 도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밖에 각종 수공구도 마련해놓아 팹랩은 미국의 개라지(garage)를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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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팹랩 서울의 실내 모습. 크게 메이킹 룸과 디자인 룸으로 나뉘어 있다.

   장비 사용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자유롭게 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 예약은 인터넷상에서 이뤄진다. 또 매주 목요일은 오픈 데이로 진행하는데 무료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대신 페이스북 팹랩 서울 커뮤니티에 그날 나온 결과물 사진을 업로드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문을 연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팹랩 서울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문을 연 첫해 SK의 지원을 받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킥스타터를 통해 펀드라이징에 성공한 직토(Zikto)의 걸음걸이 교정용 손목밴드 아키(Arki), 닷(dot)의 시각 장애인용 스마트워치 등이 팹랩 서울과의 협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 지난 10월 9~1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15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는 관람객과의 교감으로 건축물의 색상이 변하는 ‘팹 파빌리온’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뮤직 페스티벌을 롤모델로 테크놀로지와 문화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페스티벌도 진행할 계획이다. 세운상가의’세운(世運)’은 ‘세상의 기운이 다 모인다’는 뜻이다. 팹랩 서울이 지역 슬럼화 현상으로 흩어졌던 크리에이티브의 기운을 다시 한번 이곳에 모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픈시기   2013년 4월
주소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상가 550호
주요 보유 장비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CNC 라우터, CNC 밀링 머신, 비닐 커터, 3D 스캐너
웹사이트   fablab-seoul.org


기획   최명환 기자
디자인   안진현(아트 디렉터)
여는 페이지 사진   김정한(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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